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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주몽의 역사고증 문제로 네티즌 사이에서 한창 논쟁이 오간다. 그 중에는 드라마는 드라마 일 뿐이다. 왜 그리 오바하는 가라고 하는 사람도 있고, 사극이란 특성상 어느 정도 역사적 사실에 기반을 두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그리고 또 어떤 이는 드라마 전개 상 역사적 사실과 부합되지 않는 면이 있다 그렇게 고증을 따진다면 너희들이 직접 드라마를 만들어라고 주장을 한다.
역사고증과 재미의 딜레마에 빠진 주몽... 위의 견해들에 대해 나의 견해를 말하자면 사극은 어느 정도 역사적 사실성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 는 것이다. 아무리 재미를 위해서라도 남의 나라 역사에 유리하게끔 역사를 왜곡하는 건 바람직하 지 못하다. 픽션도 어느 정도 사실성에 근거를 두고 해야지 날조되고 없는 사실을 기반으로 픽션을 꾸미는 건 역사왜곡이다.
드라마 주몽을 재미있게 보고 있는 나로서는 과연 이 드라마가 중국을 위한 드라마인가 하는 의문 이 들었다. 필자는 역사학 그 중에서 고구려사를 전공으로 하는 사학도이니, 제대로 고증이 안된 사극 정도야 비판적으로 바라 볼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 사극을 보는 어린이들이다.
역사라는 학문이 딱딱해서인지 어린이들은 사극이나 역사 관련 만화책으로 우리 역사를 공부하기도 한다. 드라마 주몽의 재미에 푹 빠진 어린이들은 이 드라마를 통해 너도나도 고구려 역사를 공부 하고 있다. 사학도로써 고구려붐을 일으킨 주몽 제작진에게 감사를 드리고 싶지만, 또 한편으로 나 는 잘못된 역사고증을 하는 그들을 질타하고 싶다.
예전에 백제 무왕과 선화공주의 사랑을 그린 서동요가 인기리에 방영되었다. 그런데 그 사극 역시 역사 고증에 문제가 많았다. 예를 들면 백제 무왕이 위덕왕의 4남이라고 한 점과 백제에서 온돌을 처음 만들었다는 점이다. 우선 서동 즉 무왕은 삼국사기에는 법왕(부여수)의 아들로, 삼국유사에서 는 용의 아들(당시 용은 왕 또는 왕족을 뜻하였다. 결국 이 용은 백제의 한 왕족을 지칭한다고 볼 수 있다)이라 기록하고 있음에도 위덕왕의 4번째 아들이라고 한 점은 역사적 사실을 무시한 것이다. 게다가 온돌은 조선시대 때 만들어졌고, 온돌의 원형인 '쪽구들'이 고구려, 발해에서 사용했음에도 서동요 제작진은 이러한 역사 사실을 무시하였다. 게다가 게중에 어떤 아이들은 가공 인물인 목라수 박사를 실존 인물이라고 알고 있다.
위의 예시처럼 사극에서 역사고증이 왜 중요한지는 알만한 사람은 다 알 수 있을 것이다.
사극 주몽은 우리의 역사가 한사군의 식민지 역사에서 출발했다고 그리고 있다. 이는 일제의 식민사관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인 결과이다. 일제는 우리나라를 강점하면서 우리나라를 영구히 지배하기 위해 우리의 정신인 역사를 말살하는데 앞장섰다. 그래서 일제는 한국은 식민지의 역사에서 출발했으니 당연히 우리의 식민지배를 받는게 마땅하다는 식민사관을 내세워 우리를 지배하려 하였고 해방 후 일제에게 역사를 배운 사람들이 일제의 식민사관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였다.하지만 한사군은 이 땅에 없었다. 한사군은 바로 베이징 부근에 있었다. 이는 낙랑군이 갈석산에 있었다는 중국 사서들과 임둔이라는 봉니가 이 지역 근처에 발견되었다는 사실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주몽에서는 한나라를 모든 면에서 압도적인 선진문명이요 수천 리 떨어진 변방인 요동지방 까지 대군을 지속 주둔시키는 초강대국으로 그리고 있다. 하지만 이는 당시 역사적 상황을 무시한 것이다. 당시 한나라는 환관들과 외척들의 득세로 왕권이 미약하고 각지에 반란이 일어났다. 이런 상황에서 수천리 떨어진 곳에 현도태수를 파견할 능력이 있었을까?
그리고 한나라의 철기군... 한나라에는 애초에 철기군이 존재하지 않았다. 문헌상으로 철기가 등장하는 건 3세기 고구려이다. 고구려에서 먼저 철기를 사용했음에도 주몽에서는 없는 사실을 지어내 한나라가 철기군을 운용했다고 한다. 그리고 한나라를 대단한 나라로 그리는데, 사실 한은 그렇게 강력한 국가가 아니다. 오히려 국초의 고구려에게 잦은 침략을 당할 정도였으니.... 한나라는 흉노에 공주와 막대한 공물을 바쳐 평화를 살 정도였다. 그런 나라를 위대한 강대국으로 그리는 주몽은 한심하다 못해 말이 안나온다.
해모수의 설정도 이상하게 그렸다. 해모수는 북부여를 세운 임금이다. 삼국사기에는 해모수를 부여 의 왕, 삼국유사에는 동부여 해부루 왕의 아버지로 그리고 있음에도 주몽에서는 금와의 친구, 다물 군 대장으로 그리고 있다. 재미를 위해서라지만 시대가 다른 인물을 같은 시대의 인물로 설정하는 건 역사를 무시하는 처사이다.
더욱이 주몽이 7살 때 스스로 활과 화살을 만들어 쏠 정도로 어렸을 때부터 무예에 탁월했음에도 왜 사극 주몽에서는 주몽이 한번도 칼을 잡지 못하고 신궁의 신녀나 희롱하는 유약한 인물로 그렸는지 모르겠다.
주몽에서는 간혹 가다 한나라 그것도 일개 태수 따위가 우리나라 옛 국가들의 내정 간섭 장면을 보 낸다. 일개 태수 따위가 어찌 한 나라의 임금에게 내정을 간섭할 수 있단 말인가.... 지난 6회 방송 분에서는 현도태수가 부여의 내정 간섭을 하는 걸 보고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
마치 오늘날의 미국을 보는 듯 했다. 현도태수가 갑자기 무기사찰단이 되어 부여에서 만드는 것으 로 의심되는 '대량살상무기'인'강철제무기'의 생산시설이 있는지를 사찰하고부여에서는 이를 숨기 기 위해 철기방을 은폐한다. 하지만 영포의 멍청한 짓으로 결국 이 시설이 드러나고 현도태수는 부여에 무역봉쇄를 단행한다.
이를 오늘날의 국제정세에 비유하면 다음과 같다.
한나라 = 미국
어이가 없다. 아무리 재미를 위해서라지만 이미 망해가는 한나라를 마치 모든 것에서 뛰어난 대제 국, 강력한 국가, 그 누구도 칠 수 없는 무소불위의 국가로 그리는 건 당대의 역사적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고증팀의 문제가 아닐까 한다. 게다가 이는 고대 우리민족이 중국 군현의 지배를 받았다는 중국의 동북공정 논리에 편승하는 게 아닌가 싶다.
만약 이 드라마가 중국에 수출된다면 중국인들은 어떤 반응을 내보일까? 그들의 구미에 맞게 우리민족이 한나라 군현의 지배를 받고, 그들의 내정간섭을 받는 걸 본다면 중국인들은 환한 미소를 짓지 않을까? 자기들의 주장을 한국에서 방영한 고구려 사극에서 담고 있으니 말이다.
드라마 주몽에서 가장 많이 다루는 소재가 바로 철기이다. 철기는 본래 요동이 주 산지이고, 그 곳은 과거 고조선, 고구려, 발해의 영토였다. 그 곳에서 생산되는 철은 여타 다른 지역의 철보다 우수하다. 고구려가 강력한 제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건 이 곳의 철을 확보해서이다. 그럼에도 왜 한나라의 철이 우수하다고 그리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고조선의 철기 사용은 주몽에서 그리는 것처럼 청동기에서 못 벗어난게 아니라 이미 기원전 4세기 경에 철기를 사용하였다. 일설에는 동아시아에서 철기를 가장 먼저 사용한 종족이 바로 우리민족이라고 한다. 더욱이 중국 역사서에는 우리민족의 본류라 할 수 있는 동이족의 제왕 치우가 최초로 금속제 무기를 사용했다고
전한다.
많은 문제점을 안고 출발한 주몽... 단순히 재미를 위해 없는 사실을 만드는 것 역시 또 하나의 역사왜곡은 아닐까 싶다. 사극은 여타 드라마하고는 다르다. 물론 사극이 드라마라는 특성을 가지고 있기에 어느 정도 픽션이 들어갈 수도 있다. 하지만 그 픽션도 결국 역사적 사실에 근거해야 하는 픽션이 아닐까?
재미와 역사고증... 비단 이 문제는 주몽이 갖고 있는 문제가 아닐 것이다. 바로 사극이 갖고 있는 문제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 문제를 사극의 딜레마라 부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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