늠내 화랑 2013. 12. 28. 08:08

여백 



언덕위에 줄지어 선 나무들이 아름다운건 
나무 뒤에서 말없이 
나무들을 받아안고 있는 여백 때문이다.
 
나뭇가지들이 살아온 길과 
세세한 잔가지 하나하나의 흔들림까지 다 보여주는 
넉넉한 허공 때문이다.
 
빽빽한 숲에서는 보이지 않는 
나뭇가지들끼리의 균형 
가장 자연스럽게 뻗어있는 생명의 손가락을 
일일이 쓰다듬어주고 있는 빈 하늘 때문이다.
 
여백이 없는 풍경은 아름답지 않다. 
비어있는 곳이 없는 사람은 아름답지 않다.
 
여백을 가장 든든한 
배경으로 삼을 줄 모르는 사람은. 

( 도종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