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대격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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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학살극’ 누가 말리나 2012.02.05
안보리 결의안 채택, 러·중 거부로 또 무산, 아사드 정권 ‘최악 학살’에 국제사회 엄포만, 서방·반서방 균형추 구실할 대안 없어 곤혹, 미국 전략 바꾸자 러·중 ‘친미정권 설라’ 우려, 시리아에서 하룻 사이에 260여명이 학살당했는데도 국제사회는 아무런 조처도 취하지 못했다. 미국의 한 고위 외교관은 시리아의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을 ‘데드맨 워킹’(사형장으로 가는 사형수)라고 표현했다. 정권으로서는 수명이 다했지만, 숨이 끊어질 때까지 아사드 정권이 벌이는 유혈사태에 대해서 국제사회는 속절없이 지켜만 보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4일 시리아 정부의 시위대 유혈진압 중지와 평화적 정권이양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상정했으나, 러시아와 중국의 거부권으로 부결됐다. 안보리 표결은 시리아군이 서부 도시 홈스에서 반정부 시위대에 포격 등을 가해 260여명을 학살한 몇시간 뒤 진행됐다. 홈스 학살은 지난해 3월 이후 5000여명이 희생된 시리아 반정부 시위 사태 중 최악의 학살이다. 국제사회의 대응 실패로 아사드 정권의 강경 입장만 굳어져, 시리아는 총체적인 혼란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 엄포에 그치는 시리아 제재 안보리의 대시리아 결의안 채택 실패는 이번이 두번째이다. 지난해 10월에도 아사드 대통령에게 제재를 경고하는 내용의 결의안 표결을 실시했으나, 러시아와 중국이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번 표결에서는, 아사드를 직접 언급한 권력이양과 무기금수 등 제재 조항 등도 넣지않고, 외부의 군사개입을 금지하는 조항까지 삽입했으나 러시아와 중국의 반대를 넘지 못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결의안 채택은 “내전에서 한쪽을 편드는” 위험을 취하는 것이라며 러시아의 반대를 무시한다면 또다른 사태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리바오동 중국 유엔대사도 결의안이 시리아 정부와 반대세력 사이의 대화결과를 미리 예단하고 있다며 이는 상황을 더 복잡하게 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수전 라이스 유엔주재 미국대사는 “독재자들을 지원하는 표결에 역겨움을 느낀다”고 맹비난했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안보리에서 단호한 행동을 하기 위해 우리가 더 알아야 할 것이 무엇이냐”며 “국제사회가 공동으로 행동하지 못한다면, 그 종착점은 내전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유럽 및 아랍 국가들과 ‘시리아 국민들의 친구 단체’를 조직해 아랍연맹의 중재안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비탈리 추르킨 러시아 유엔대사는 “안보리가 지구상의 유일한 외교적 도구는 아니다”며 라브로프 외무장관이 7일 시리아를 방문해 아사드 대통령과 해법을 도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 대안부재한 시리아 상황 국제사회가 속수무책인 이유는 시리아가 중동에서 가진 지정학적 중요성 때문이다. 중동의 한 가운데 자리잡은 시리아는 그동안 서방 대 러시아 및 중국, 이슬람주의 세력 대 세속 권력, 중동의 친미국가 대 반미국가의 균형추 역할을 해왔다. 시리아의 아사드 정권은 반미를 표방하기는 했으나,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에 협조했다. 또 국내 이슬람주의 세력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취한 아사드 정권은 레바논의 헤즈볼라 등 중동 이슬람주의 무장세력들에게 지원을 하면서도 나름 통제력을 유지했다.
러시아에 대해서는 소련 시절부터 중동의 최대 무기구매국이었던 시리아는 중동 지역에서 러시아와 중국의 최대 맹방이자 교두보 역할을 했다. 러시아와 중국 입장에서는 아사드 정권이 붕괴돼 친미일변도의 정권이 성립될 경우, 중동에 변변히 발붙일 국가가 없게 된다.
미국 역시 아사드 정권이 붕괴된 이후의 중동정세를 우려해, 그동안 적극적인 정권교체 전략을 추진하지 못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미국은 지난해 5월 들어 처음으로 시리아에 대한 제재 조처를 발표했고, 8월에서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아사드의 퇴진을 촉구했다. 그 이후 미국은 시리아 반체제 단체들에 대한 지원 등으로 시리아 정권교체로 정책을 변경했다.
현재로서는 군사개입 외에는 시리아의 유혈사태를 종식할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비행금지구역 설정 등 리비아식 군사해법은 시리아에게 적용하기 힘들다. 리비아와 달리, 시리아는 이라크·레바논 등 민감한 국가들과 접경하고 있는데다 시리아의 군사력과 방공력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시리아에 외부 군사력이 개입한 전쟁이 벌어질 경우, 주변의 이슬람 무장세력들의 봉기와 이란의 대응도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전면적인 중동전쟁이라는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게 된다.
러시아, 시리아 결의안에 반대하는 진짜 이유는?머니투데이 | 뉴스 | 2012.02.11
지난 4일(현지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시리아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결의안 표결에서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한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러시아가 시리아의 평화적 정권이양과 아사드 정권의 유혈진압 중단을 촉구하는 결의안에 반대하는 표면적 이유는 양국간의 긴밀한 군사적·경제적 관계 때문으로보여진다.
러시아와 시리아는 역사적으로 친밀하고 안정된 관계를 맺어왔다. 러시아와 아사드 정권의 관계는 40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러시아는 1971년부터 시리아 타르투스항구를 해군기지로 사용하고 있다. 타르투스 해군기지는 냉전시대 구 소련의 군함을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졌고러시아 지중해 진출의 교두보 역할을 하고 있다.
시리아는 러시아의 7번째로 큰 무기수출국으로 2000~2010년 사이 러시아가 시리아에 수출한 무기의 가치를 환산하면 대략 15억달러(약 1조7억원)이다.
시리아 에너지, 관광 등 산업에서 러시아의 중요성도 매우 크다.2009년 한해 러시아가 시리아에 투자한 총액은 194억달러(약 21조원)로 추산된다.
그러나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드미트리 트레닌은러시아가 이번 결의안에 반대한데는 또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트레닌에 따르면 보수적인 러시아 정부는 혁명을 혐오한다. 지난해 유엔 안보리의 리비아에 대한 '비행금지구역' 결의안은 러시아 기권으로 가결됐다.
이후 리비아 벵가지가 NATO반군연합과 리비아 정부군 사이에 전쟁터로 변하면서 발생한 수많은 시민들의 희생은 이 결의안 가결 때문이라는게 러시아 정부의 시각이라는 주장이다.
또 러시아가 현재 리비아의 포스트-카다피 시대에 대비해새로운 지도자 탄생을 놓고 내분과 권력다툼이 잦고 매우 혼란스러운 상태로 보고 있다고 말한다.
시리아 내전이 서방 세력에 의해 진압될 경우 결과적으로 생길 내분이 리비아의 그것보다 더 심할 것이라는게 러시아 입장이라는 것이다.
게다가러시아는 서방국가들이 아사드정권에 압력을 가하는 진짜 이유에 대해 이란의 유일한 동맹이라 할 수 있는 시리아를 압박하기 위한 것이라고 본다.
현재 시리아는 카타르를 비롯한 여러 아랍연맹 국가들이 자국 대사들을 추방하는 등 외교 단절을 겪고 있다.
러시아는 이를 이란의 숙적 사우디아라비아 영향이 크다고 해석하는 것으로 보여진다.
이런 정황들로 봤을 때 러시아의 시리아 결의안에 대한 반대 입장은 어느 하나가 아닌 복합적인 이유가 작용한 것으로 보여지는데 러시아의 진정한 의도를 알려면 좀 더 지켜봐야 할 듯하다.